아직 봄인데 '곁땀' 줄줄...다한증, 어떻게 치료할까?
기온이 오르면서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있는 요즘, 손바닥이나 겨드랑이에서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특정 부위에 땀이 과도하게 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체질이 아닌 '다한증'이라는 질환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만 5,000명이 다한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한증은 주로 활동이 많은 성인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제약은 물론 정서적인 위축까지 유발할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 김형수 원장(서울에이치피부과의원)은 "다한증은 단순한 불편감을 넘어 삶의 질 저하와 위생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심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다한증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 살펴본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질환으로 분류되는 '다한증'
정상적인 땀 분비는 체온 조절을 위한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이다. 외부 온도, 신체 활동, 감정 변화 등에 따라 분비량은 달라질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하루 0.5~1l 정도의 땀이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땀은 체온이 오르거나 운동, 더위, 긴장 등 특정한 상황에서 전신적으로 균형 있게 발생한다.
하지만 다한증(hyperhidrosis)은 다르다. 특별한 자극 없이 땀이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분비되는 병적인 상태로, 발생 원인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다한증은 뚜렷한 기저질환 없이 나타나는 경우로, 전체 다한증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등 특정 부위에 국한되어 땀이 과도하게 나는 '국소 다한증' 형태가 흔하다.
김형수 원장은 "국소 다한증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특발성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주요 원인으로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 중추신경계 조절의 이상, 가족력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한증은 감정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땀 분비가 심하게 갑자기 발생하며, 자주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전체 환자의 약 30~50%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유전적 소인도 기여하는 것으로 본다.
이차성 다한증은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병, 폐경, 감염성 질환 등 특정 질환에 의해 전신적으로 땀이 많이 나는 경우로, 기저질환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외용제부터 보톡스까지…국소 다한증의 비수술 치료법
국소 다한증은 증상의 부위와 심각도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과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먼저 외용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주사, 이온영동치료, 경구 항콜린제 등 비수술적 방법이 적용된다.
피부에 바르는 형태의 항발한제는 겨드랑이, 손, 발 등 국소 부위에 사용할 수 있다. 김형수 원장은 "항발한제는 땀샘을 자극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차단해 땀 분비를 억제하는 원리로, 가볍거나 국소적인 증상에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손바닥과 발바닥에 중등도 이상의 땀이 지속될 경우에는 저강도 전류를 이용한 이온영동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전류를 통해 땀샘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으로 주 2~3회 치료를 반복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에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주사가 널리 사용된다. 이는 땀샘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차단해 땀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한 번 주사하면 4~6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다만 부위에 따라 약간의 통증이나 근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숙련된 의료진의 시술이 중요하다.
다한증 증상이 넓은 부위에 걸쳐 있거나, 국소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에는 경구용 항콜린제 계열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전신적으로 땀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지만, 구강 건조, 시야 흐림, 배뇨 곤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심한 경우 수술 고려...'보상성 다한증' 주의해야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내시경적 흉부 교감신경절제술(ets)'로, 교감신경을 절단하거나 차단해 땀샘 자극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한 번의 시술로 영구적인 효과를 기 대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수술 후 '보상성 다한증'이라 불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상성 다한증은 땀이 많던 부위는 호전되지만, 대신 등, 배, 허벅지 등 다른 부위에서 땀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 다한증 수술 이후 등에 땀이 과도하게 흐르는 식이다.
김형수 원장은 "보상성 다한증은 완치가 쉽지 않지만, 경구 항콜린제 복용, 국소 항발한제, 보톡스 치료 등을 적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라면서 "특히 보상성 다한증은 스트레스와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인지행동치료 같은 심리적 접근이 병행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수술을 일반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라면서 "신경을 다시 이어 붙이는 수술이나 차단술은 효과가 제한적이며, 위험성이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다한증은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운 음식, 카페인, 알코올 등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땀 분비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긴장이나 불안, 압박감은 자율신경계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체온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땀이 많다면 체중을 관리하고 규칙적인 수면, 식사, 운동 리듬을 유지해 자율 신경을 안정시킬 것을 권한다.